<마케팅,브랜딩=쉐어링>27. 스토리 라이프

“자기 이야기가 풍성한 삶이 행복하다.
소소할수록 좋다. 내가 좋아하고 누리며 나눌 수 있는 나만의 이야깃거리들이 많으면 좋다”
 
지난 한가위 연휴, 본가에서 저녁을 먹으며 모처럼 아버지를 뵈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한 잔, 두 잔 술이 거듭되자 조금 거나해진 아버지는 몇 번이고 들어 익숙한 이야기를 또 꺼내신다.
젊은 시절 형제들과 함께 경영했던 대리석 광산. 그 당시 대리석이 귀했던 시기라 사업이 제법 잘됐다는 것, 광산이 서해안 작은 섬에 있었기에 인천에서 배를 타고 왕래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것, 섬에 들어갈 때면 주민들을 위해 육지에서 바리바리 챙겨갈 것들이 엄청 많았다는 것 등등.

여든 중반을 넘긴 아버지는 언제부턴가 항상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신다.
이야깃거리가 없으신 것이다. 정확히는 고령으로 인해 이제 더 이상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당신의 이야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듣는 이야기인 양 감탄하고 공감해 드렸지만 듣는 내내 맘이 좀 짠했다.

이야깃거리가 줄어드는 건 씁쓸한 일이다. 하고 싶은 일도, 먹고 싶은 것도, 관심도 호기심도 줄어든다는 의미일 것이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나이와 상관없이 자기 이야기가 많지 않은 사람도 있다.
삶은 이야기로 이루어지고 그 이야기가 곧 자신이라고 볼 때, 자기 이야기가 없는 사람이 행복하기란 쉽지 않다.

요즘 사람들이 줄 서는 가게엔 간판이 없다고 한다.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엔 ‘파스파, 피자, 와인, 맥주’라는 널빤지 한 장뿐이고,
어떤 빵집엔 영업시간, 심지어 품목조차 적혀 있지 않은데도 20~30대 젊은 층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간판이나 이름으로 인지되기보다 각자 유니크한 콘텐츠를 통해 자기 이야기를 고객과 소통하며 입소문이 난 가게들이다.
SNS를 통해 ‘인스타 성지’가 되기도 하면서 유명세는 더 확산된다. 장사도 자신의 이야기로 하는 시대다.

내 이야기를 만드는 건 상황의 문제는 아니다. 어떤 입장에 놓여 있건 관심과 호기심의 끈을 놓지 않으면 된다.
나는 군 복무 시절 포상휴가가 걸린 사단 왕용사 대회에 도전한 적이 있다.
사격 실력도 별로고, 육체미 넘치는 좋은 몸도 없었지만, 휴가를 정말 가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건 수동식 타자기. 시끄럽다는 선임하사님의 타박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연습한 덕에
5분 타이핑 시합 결과 참가자 중 오타가 가장 적어 타자왕으로 선발됐다.
주위의 놀라움 속에 4박5일의 포상휴가를 즐긴 일은 지금 생각해도 재미있다.

자기 이야기가 풍성한 삶이 행복하다. 소소할수록 좋다.
내가 좋아하고 누리며 나눌 수 있는 나만의 이야깃거리들이 많으면 좋다. 그래야 사는 게 재미있다.
남의 이야기는 별 소용이 없다. 뉴스에 오르내리는 연예인의 가십이 내 이야기, 내 행복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천 일 동안 밤마다 왕에게 이야기를 들려줘 죽음을 모면했던 셰헤라자데는 결국 행복해졌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가?